빼어난 서스펜스 불구, 익숙한 장치들은 아쉬워
'맹인' 류준열, '왕' 유해진...성공적인 연기 변신
오는 11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오랜만에 '볼만한' 사극이 탄생했다. 서늘한 분위기 속에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선보인다. 재밌는 영화지만 '볼만한'이라고 표현한 건 곳곳에 설치된 지뢰들이 장점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 경수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인 안태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인조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상상력을 얹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 fact+fiction)' 장르다. 늘 그렇듯 역사 왜곡에 대해 불편해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영화적 완성도로만 본다면 분명 짜임새가 있다. 스릴러 장르에 요구되는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인다. 반전과 결말까지 힘 있게 밀고 나간다. 낮과 밤의 온도차를 극명히 드러내는 연출도 돋보인다. 맹인이 보는 세상을 표현하는 빛과 사운드의 활용, 화면 톤의 변화 등이 세련되게 입혀졌다.

다만 중간중간 점수를 깎아먹는 지점들이 있다. 사극과 맹인 소재의 작품에서 익히 보던 설정들, 전개를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부자연스러운 장면들. 그저 '영화적 장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라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류준열은 주맹증을 앓고 있는 침술사 경수 역을 맡았다. 낮과 밤을 맞이하는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진실 앞에서 마주한 고뇌와 무력함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생애 첫 왕 역할에 도전한 유해진의 변신이 놀랍다. 그동안 다수 사극에 출연했지만 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결과는 '역시 유해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코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광기와 카리스로 무장했다. 섬세한 표정과 널뛰는 감정연기는 어마어마한 흡인력을 지녔다.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사진= 영화 '올빼미' 스틸

주제는 명확하다. '본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진실을 마주하고 맞설 용기가 있느냐 묻는다. 하지만 뭐든 지나침은 금물. 극이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제가 너무 강조되다보니, 되려 영화적 재미는 조금씩 내려가는 모양새다.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있다. 괜히 나섰다가 봉변을 치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못 본 척하는 게 생존의 방식으로 남아있다는 게 씁쓸하다.

한편 '올빼미'는 오는 11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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