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미국서 벌어진 실화 모티프
장항준 감독, 긴장감 조성하는 연출 돋보여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는 14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장항준 감독이 영화 '오픈 더 도어'를 통해 연출력을 과시했다.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와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오픈 더 도어' GV(관객과의 대화) 상영회가 개최됐다. 장항준 감독, 배우 이순원, 김수진과 함께 이번 영화 제작자인 방송인 송은이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픈 더 도어'는 미국 뉴저지에 사는 치훈(서영주)과 매형인 문석(이순원)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중,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며 시작되는 영화다. 과거를 되짚어가며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풀어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다.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예측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1987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가 주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장항준 감독의 연출을 보는 재미가 있다. 

롱테이크와 날카로운 사운드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연극적인 무대에서 인물들의 대화만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것 역시 탁월하다.

장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지를 심리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컷도 많이 나누지 않고 롱테이크를 활용했다. 당시의 불안과 초조의 공기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처음 계획은 15~20분 분량의 단편영화였다. 여기에 조금씩 살을 붙이면서 러닝타임 72분의 짧은 장편영화로 재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사진=영화 '오픈 더 도어' 스틸

장 감독은 "시간이 부족해서 7번 밖에 촬영을 못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영화 덕에 태어나서 처음 미국에 가봤다. 3박 5일 짧은 일정 동안 풍경과 CG 소스들을 찍었다. 배우분들도 미국에 못 갔다"라고 쉽지 않은 여건에서 탄생한 영화임을 밝혔다.

영화 속에는 '문'이 상징적 이미지로 수차례 등장한다. 긴장감 혹은 여운을 주는 요소로 활용됐다. 제목이 '오픈 더 도어'인 만큼 영화의 주제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장 감독은 "우리는 살면서 문을 수도 없이 드나든다. 문은 그대로 있지만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그 앞에 서는가에 따라 행복의 문이 될 수도, 분노의 문, 혹은 파멸의 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문이라는 부분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자인 송은이는 절친한 사이인 장항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시작이 단편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네가 안 썼지?'라고 했을 정도다. 장편이 됐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장항준의 시나리오였기에 투자를 결심했다. 이후에 영화가 잘 되면 후속 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장항준 감독님은 생각할 것들을 많이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항상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좋은 영화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그의 말대로 '오픈 더 도어'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모티프가 된 사건이 발생하고 꽤나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이기에 시의성은 충분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찾는 관객에겐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한편 지난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더 도어' 상영 시간

10월 7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GV)
10월 8일 오후 1시 30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GV)
10월 13일 오후 8시 30분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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